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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작성일 : 2025-07-03 / 조회 : 15
(가칭)‘동아시아 장보고포럼’ 결성을 제안합니다.

 글쓴이 : 운영자

 (가칭)‘동아시아 장보고포럼’ 결성을 제안합니다.

 

8세기 말에 완도에서 태어난 소년 장보고는 풍운의 꿈을 안고 당으로 건너갑니다. 당시 당은 전국에서 절도사의 난이 일어나 대혼란에 빠졌고, 당 조정은 이를 진압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모군(募軍)에 나섰으니, 궁술과 창술에 능한 장보고가 그 소문을 듣고 대국의 군인으로 출세하기 위하여 당으로 건너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당의 무령군 군중소장의 군직에 오릅니다.

그런데 절도사의 난이 어느 정도 진압될 즈음에 장보고는 당초의 계획을 바꾸어 군직에서 물러나 아주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재당 신라인들과 연대하고 수완을 발휘하여 무역업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그 과정에서 그의 안목이 동아시아라는 큰 세계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고향인 완도가 당과 일본을 잇는 해양의 결절점(結節點)에 해당한다는 것을 깨닫고 더 큰 무역활동을 위해 귀국을 결심합니다.

마침내 장보고는 828년에 신라 흥덕왕을 설득하여 완도에 청해진을 설립합니다. 당시 신라는 대혼란에 빠져 국고가 고갈된 상황이었으니, 흥덕왕으로서도 장보고의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였을 것이어서, 장보고의 청해진 설립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청해진 설립의 표면적 명분은 해적 소탕에 두어졌으나, 내심의 목적은 바다를 통해 당과 일본을 잇는 동아시아 해상무역을 중개하는 것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적중하였습니다. 청해진을 설립하고 청해진 대사에 취임한 장보고는 이를 거점 삼아 해적을 소탕하며 동아시아 해상무역을 성공적으로 전개하여 대무역인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장보고는 동아시아의 문화인들과 교류도 활발하게 이어갔습니다. 장보고가 인연을 맺은 대표적인 문화 인사로는 당의 저명한 시인 두목(杜牧)과 일본의 고승 엔닌(圓仁)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두목은 그의 문집 『번천문집(樊川文集)』에 남긴 ‘장보고·정년전’이라는 글에서 장보고를 인의지심(仁義之心)이 충만하고 통찰력과 포용력이 출중한 인물로 묘사하였습니다. 엔닌은 그의 유학 일기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서 장보고로부터 물심양면의 후원을 받아 당 유학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멀리서 인자한 덕을 입어 우러러 받드는 마음’, ‘경모(敬慕)하는 정’ 등의 사사(謝辭)로써 표현하였습니다. 당 유학을 성공리에 마치고 일본으로 귀국한 엔닌은 일본 천태종의 3대 좌주(座主)에 올라, 이미 고인이 된 장보고를 추앙하면서 제자들에게도 그리할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이러한 장보고의 사화(史話)는 중국과 일본과 한국의 3국 정사(正史)인 『신당서』와 『속일본후기』와 『삼국사기』에서도 공히 대서특필하였습니다. 이는 해상무역을 통해 동아시아 문명 발전에 기여한 장보고의 역사적 위상을 3국의 사서가 하나같이 공인한 진귀한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장보고 국제학술회의에서 한국의 학자들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함께하여 장보고 해양활동의 역사적 위상과 현재 및 미래적 의미에 대한 열띤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장보고 활동에 내포된 의미와 정신이 과거에 그치지 않고 21세기에도 살아 생동하고 있음을 공감하였습니다. 그것은 한 마디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상생’을 추구하는 정신이라 할 것입니다. 

또한 장보고가 재당시절에 창건한 적산법화원의 주지스님 일행, 장보고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엔닌스님이 창건한 일본 릿샤쿠지(立石寺)의 주지스님 일행, 그리고 장보고와의 관련성이 논의되고 있는 제주 법화사의 주지스님 일행 등이 참석하여 장보고 대사가 소망한 동아시아의 우의에 대하여 마음을 모았습니다. 우리나라 장보고 연구를 개척·선도하신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과 엔닌의 연구를 열정적으로 진행해오신 아나미 후미요(阿南史代) 전 일본템플대 교수의 기념강연도 있었습니다. 일찍이 엔닌은 장보고가 창건한 중국의 적산법화원을 베이스캠프 삼아 당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으니, 적산법화원에서 맺은 장보고와 엔닌의 우정이 이번 두 분의 강연을 통해서 완도에서 재현된 것 같아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동아시아 각국의 여러 학자들, 장보고와 인연있는 사찰의 주지스님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고, 그만큼 진귀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그런 만큼 이러한 모임이 1회의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한·중·일을 순회하면서 지속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문득 일어납니다. 이에 이 자리를 빌어 (가칭)‘동아시아 평화와 상생을 위한 장보고포럼’의 결성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함께하신 분들의 진지한 논의를 통해 포럼의 결성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6월 27일 

 

해상왕장보고연구회 회장 강봉룡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