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룡 목포대 교수
1. ‘청해진 모델’의 의미
역사는 ‘공간’과 ‘시간’과 ‘인간’이 어우러져 형성되는 입체적 현상을 탐구하는 인문학의 종합판이다. ‘공간’은 변화가 적은 상수에 해당한다면, ‘시간’은 변화를 촉발하는 변수라 하겠으며, ‘인간’은 시간의 변화 속에서 공간을 갈무리하면서 저마다의 삶을 영위하고 개척하는 주체에 해당한다.
이런 관점에서 먼저 바다(Sea)와 섬(Island)과 강(River)이 어우러져 최적의 해양환경(‘SIR 해양환경’)을 갖춘 전남 서남권이라는 ‘공간’에서 9세기 전반이라는 ‘시간’에 장보고라는 ‘인간’이 청해진을 건설하여 동아시아 해상무역을 성공적으로 성취한 역사에 주목하고 이를 ‘청해진 모델’이라 명명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청해진 모델’이 전남 서남권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그 이후의 시간대에 따라 저마다의 인간들에 의해서 계승, 단절, 쇠퇴, 변모를 거듭해가면서 장기지속적으로 전개되어간 과정을 개괄하고, 마침내는 21세기 ‘청해진 모델’ 재건의 가능성과 그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첨언하기로 한다.
2. ‘청해진 모델’의 장기지속적 전개 과정
먼저 9세기 장보고에 의해 처음으로 구현된 ‘청해진 모델’이다. 장보고는 당으로 건너가 군인으로, 무역인으로 성공하였고, 귀국해서는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여 이를 중심으로 전남 서남권을 아우르고 국내외 네트워크를 가동하여 동아시아 해상무역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갔다. 이는 전남 서남권이라는 ‘지역’에서 ‘바다’를 통해 동아시아 ‘세계’로 직통한 ‘해양 글로컬(glocal) 전략’의 최초 성공 사례라 할 것이니, 이를 ‘청해진 모델’의 첫 구현이라 의미 부여해도 좋을 것이다.
다음에 왕건에 의해 계승된 ‘청해진 모델’이다. 장보고가 남긴 ‘청해진 모델’의 유산은 신라 말기 차기 대권을 노리는 주자들이 반드시 선점해야 할 최고의 타겟이 되었으니, 압해도의 능창, 후백제의 견훤, 그리고 후고구려(태봉) 궁예의 해군장군 왕건이 3파전을 벌였다. 왕건은 삼파전의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전남 서남권을 장악하여 이를 기반으로 918년 궁예를 극복하고 고려를 건국했으며, 마침내 936년에 후삼국을 통일하는 최후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영산강 나주를 중심으로 전남 서남권을 아우르고 동아시아 문물교류의 거점으로 활용하였으니, 이는 ‘청해진 모델’의 중심이 완도에서 영산강 나주로 옮겨서 계승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어 조선시기에 쇠퇴하고 일제강점기에 수탈적 형태로 변질된 ‘청해진 모델’이다. 조선은 바다 활동을 금지·제약하는 ‘해금(海禁)정책’과 섬에서 사람을 살지 못하게 하는 ‘공도(空島)정책’을 채택한 탓에 전남 서남권의 SIR 해양환경을 활용하여 세계로 뻗어가는 ‘청해진 모델’은 쇠퇴할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전남 서남권의 퇴락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전남 서남권의 SIR 해양환경이 다시 주목받고 ‘청해진 모델’을 재현하여 상당한 성취를 이룬 것은 역설적으로 일제강점기에 이르러서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의 이러한 성취는 그 목적이 일제의 수탈에 두어졌으므로, 이를 ‘수탈적 청해진 모델’로 칭하는 것이 옳겠다. ‘수탈적 청해진 모델’은 그 목적과 의도는 불순하였지만, 조선시기에 방기했던 전남 서남권의 ‘청해진 모델’을 다시 일으켰다는 점에서 성찰의 의미를 인정할 수는 있겠다.
3. 21세기 ‘청해진 모델’ 재건의 가능성과 전략
이제 연속선 상에서 21세기 전남 서남권의 발전 전략을 위한 ‘청해진 모델’의 재건을 타진하고자 한다. 먼저 해방 이후 중국 공산화로 인해 전남 서남권의 바다가 폐쇄의 공간으로 전락함으로써 상당 기간 ‘청해진 모델’의 작동은 주춤했다. 그리고 60~70년대 이후에는 동남권 중심의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어 현실적 박탈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1992년 중국과 수교가 이루어지면서 다시금 서남해의 바다는 열린 공간이 되어 ‘청해진 모델’ 재작동의 조건이 되살아나게 되었고, 그 이듬해인 1993년에 한국미래학회 학술세미나에서 석학들은 목포를 중심으로 ‘청해진 모델’을 실현해갈 의미심장한 제안들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예컨대 지역 통합을 통하여 200만 직할시를 실현하고 목포 환태평양 관문을 만들어가자는 제안 등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제안들이 그간 침체되어온 이 지역의 분위기를 일깨우기에는 당분간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 행정 및 교통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확충되고 새로운 시도도 이어졌으며, 특히 2020년대에 들어서 의미있는 사업의 퍼즐들이 전남 서남권에 만들어지고 있다. 태양광 및 해상풍력 기반의 세계 최대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집적단지가 해남과 신안에 조성되고, 세계 최초의 에너지 특화 대학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영산강의 중심도시 나주에 들어섰다. 이와 함께 기후 문제라는 세계적 이슈 해결의 열쇠가 되는 탄소중립과 관련하여 완도의 국제해조류박람회 개최와 해남의 국립농식품기후변화대응센터 유치 등도 주목할 만한 퍼즐이다. 여기에 더욱 주목할 만한 퍼즐들이 보태어지고 있다. AI데이터센터 및 국가AI컴퓨팅센터의 해남 솔라시도 유치가 확정되었고, 인공태양 연구시설 부지도 나주시가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으로 통합하여 ‘김대중공항’이라 칭하기로 하였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제 이러한 퍼즐들을 채워갈 ‘큰 그림’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퍼즐들이 전남 서남권의 우수한 SIR 해양환경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졌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그 ‘큰 그림’은 21세기 해양 글로컬 전략을 구현할 ‘청해진 모델’의 재건에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러한 21세기 ‘청해진 모델’의 큰 그림에 이미 만들어진 퍼즐들을 채워가고 부족한 퍼즐들을 추가적으로 보완해가면서 완성해갈 일이 과제로 남아있는 셈이다.
이를 위한 다음의 몇 가지 제안을 첨언한다. 첫째, 목포를 구심체 삼아 신생 퍼즐들을 맞추어 나가는 통합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둘째, 21세기 ‘청해진 모델’의 재건을 위해서는 전남 서남권의 잠자던 우수한 SIR 해양환경을 깨우는 방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 셋째, 해양수산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하여 (가칭)‘청해진세계수산업박람회’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는 점, 넷째, 목포항과 무안공항(‘김대중공항’)을 명실상부한 국제항, 국제공항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21세기 신개념의 물류시스템으로서 ‘국내외 전자상거래 물류ㆍ유통 특구’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민속문화의 종합판이라 할 진도의 전통문화적 역량을 21세기 ‘청해진 모델’의 문화적 윤활유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다.
‘청해진 모델’의 첫 구현체이자 상징체라 할 완도 청해진이 설립된 것이 828년이니, 2028년은 청해진 설립 1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3년도 채 남지 않았다. 2028년 청해진 설립 1200주년을 맞아, 그간 성취했고 성취해갈 ‘청해진 모델’의 성과와 과제를 중간 점검하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서로 구하고 살리는 역사 선순환을 확인하며 기념하는 뜻깊은 향연이 베풀어져 서남해지역의 새로운 발전 전략이 실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출처 : 글로벌 비즈 뉴스(http://www.gbnews.kr)
1. ‘청해진 모델’의 의미
역사는 ‘공간’과 ‘시간’과 ‘인간’이 어우러져 형성되는 입체적 현상을 탐구하는 인문학의 종합판이다. ‘공간’은 변화가 적은 상수에 해당한다면, ‘시간’은 변화를 촉발하는 변수라 하겠으며, ‘인간’은 시간의 변화 속에서 공간을 갈무리하면서 저마다의 삶을 영위하고 개척하는 주체에 해당한다.
이런 관점에서 먼저 바다(Sea)와 섬(Island)과 강(River)이 어우러져 최적의 해양환경(‘SIR 해양환경’)을 갖춘 전남 서남권이라는 ‘공간’에서 9세기 전반이라는 ‘시간’에 장보고라는 ‘인간’이 청해진을 건설하여 동아시아 해상무역을 성공적으로 성취한 역사에 주목하고 이를 ‘청해진 모델’이라 명명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청해진 모델’이 전남 서남권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그 이후의 시간대에 따라 저마다의 인간들에 의해서 계승, 단절, 쇠퇴, 변모를 거듭해가면서 장기지속적으로 전개되어간 과정을 개괄하고, 마침내는 21세기 ‘청해진 모델’ 재건의 가능성과 그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첨언하기로 한다.
2. ‘청해진 모델’의 장기지속적 전개 과정
먼저 9세기 장보고에 의해 처음으로 구현된 ‘청해진 모델’이다. 장보고는 당으로 건너가 군인으로, 무역인으로 성공하였고, 귀국해서는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여 이를 중심으로 전남 서남권을 아우르고 국내외 네트워크를 가동하여 동아시아 해상무역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갔다. 이는 전남 서남권이라는 ‘지역’에서 ‘바다’를 통해 동아시아 ‘세계’로 직통한 ‘해양 글로컬(glocal) 전략’의 최초 성공 사례라 할 것이니, 이를 ‘청해진 모델’의 첫 구현이라 의미 부여해도 좋을 것이다.
다음에 왕건에 의해 계승된 ‘청해진 모델’이다. 장보고가 남긴 ‘청해진 모델’의 유산은 신라 말기 차기 대권을 노리는 주자들이 반드시 선점해야 할 최고의 타겟이 되었으니, 압해도의 능창, 후백제의 견훤, 그리고 후고구려(태봉) 궁예의 해군장군 왕건이 3파전을 벌였다. 왕건은 삼파전의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전남 서남권을 장악하여 이를 기반으로 918년 궁예를 극복하고 고려를 건국했으며, 마침내 936년에 후삼국을 통일하는 최후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영산강 나주를 중심으로 전남 서남권을 아우르고 동아시아 문물교류의 거점으로 활용하였으니, 이는 ‘청해진 모델’의 중심이 완도에서 영산강 나주로 옮겨서 계승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어 조선시기에 쇠퇴하고 일제강점기에 수탈적 형태로 변질된 ‘청해진 모델’이다. 조선은 바다 활동을 금지·제약하는 ‘해금(海禁)정책’과 섬에서 사람을 살지 못하게 하는 ‘공도(空島)정책’을 채택한 탓에 전남 서남권의 SIR 해양환경을 활용하여 세계로 뻗어가는 ‘청해진 모델’은 쇠퇴할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전남 서남권의 퇴락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전남 서남권의 SIR 해양환경이 다시 주목받고 ‘청해진 모델’을 재현하여 상당한 성취를 이룬 것은 역설적으로 일제강점기에 이르러서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의 이러한 성취는 그 목적이 일제의 수탈에 두어졌으므로, 이를 ‘수탈적 청해진 모델’로 칭하는 것이 옳겠다. ‘수탈적 청해진 모델’은 그 목적과 의도는 불순하였지만, 조선시기에 방기했던 전남 서남권의 ‘청해진 모델’을 다시 일으켰다는 점에서 성찰의 의미를 인정할 수는 있겠다.
3. 21세기 ‘청해진 모델’ 재건의 가능성과 전략
이제 연속선 상에서 21세기 전남 서남권의 발전 전략을 위한 ‘청해진 모델’의 재건을 타진하고자 한다. 먼저 해방 이후 중국 공산화로 인해 전남 서남권의 바다가 폐쇄의 공간으로 전락함으로써 상당 기간 ‘청해진 모델’의 작동은 주춤했다. 그리고 60~70년대 이후에는 동남권 중심의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어 현실적 박탈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1992년 중국과 수교가 이루어지면서 다시금 서남해의 바다는 열린 공간이 되어 ‘청해진 모델’ 재작동의 조건이 되살아나게 되었고, 그 이듬해인 1993년에 한국미래학회 학술세미나에서 석학들은 목포를 중심으로 ‘청해진 모델’을 실현해갈 의미심장한 제안들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예컨대 지역 통합을 통하여 200만 직할시를 실현하고 목포 환태평양 관문을 만들어가자는 제안 등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제안들이 그간 침체되어온 이 지역의 분위기를 일깨우기에는 당분간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 행정 및 교통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확충되고 새로운 시도도 이어졌으며, 특히 2020년대에 들어서 의미있는 사업의 퍼즐들이 전남 서남권에 만들어지고 있다. 태양광 및 해상풍력 기반의 세계 최대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집적단지가 해남과 신안에 조성되고, 세계 최초의 에너지 특화 대학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영산강의 중심도시 나주에 들어섰다. 이와 함께 기후 문제라는 세계적 이슈 해결의 열쇠가 되는 탄소중립과 관련하여 완도의 국제해조류박람회 개최와 해남의 국립농식품기후변화대응센터 유치 등도 주목할 만한 퍼즐이다. 여기에 더욱 주목할 만한 퍼즐들이 보태어지고 있다. AI데이터센터 및 국가AI컴퓨팅센터의 해남 솔라시도 유치가 확정되었고, 인공태양 연구시설 부지도 나주시가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으로 통합하여 ‘김대중공항’이라 칭하기로 하였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제 이러한 퍼즐들을 채워갈 ‘큰 그림’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퍼즐들이 전남 서남권의 우수한 SIR 해양환경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졌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그 ‘큰 그림’은 21세기 해양 글로컬 전략을 구현할 ‘청해진 모델’의 재건에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러한 21세기 ‘청해진 모델’의 큰 그림에 이미 만들어진 퍼즐들을 채워가고 부족한 퍼즐들을 추가적으로 보완해가면서 완성해갈 일이 과제로 남아있는 셈이다.
이를 위한 다음의 몇 가지 제안을 첨언한다. 첫째, 목포를 구심체 삼아 신생 퍼즐들을 맞추어 나가는 통합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둘째, 21세기 ‘청해진 모델’의 재건을 위해서는 전남 서남권의 잠자던 우수한 SIR 해양환경을 깨우는 방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 셋째, 해양수산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하여 (가칭)‘청해진세계수산업박람회’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는 점, 넷째, 목포항과 무안공항(‘김대중공항’)을 명실상부한 국제항, 국제공항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21세기 신개념의 물류시스템으로서 ‘국내외 전자상거래 물류ㆍ유통 특구’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민속문화의 종합판이라 할 진도의 전통문화적 역량을 21세기 ‘청해진 모델’의 문화적 윤활유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다.
‘청해진 모델’의 첫 구현체이자 상징체라 할 완도 청해진이 설립된 것이 828년이니, 2028년은 청해진 설립 1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3년도 채 남지 않았다. 2028년 청해진 설립 1200주년을 맞아, 그간 성취했고 성취해갈 ‘청해진 모델’의 성과와 과제를 중간 점검하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서로 구하고 살리는 역사 선순환을 확인하며 기념하는 뜻깊은 향연이 베풀어져 서남해지역의 새로운 발전 전략이 실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출처 : 글로벌 비즈 뉴스(http://www.gbnews.kr)